0413, 23:00 - 23:35
회백색의 숲은 그림자마저 눈 아래 묻힌 듯 했다. 몇몇의 상록수들은 저들의 이름만큼 짙푸른 그늘을 드리우며 침묵했다. 이맘때의 주민들이 그렇듯 흰 잠에 빠진 숲 속을 맴도는 이는 이른 밤과 눈감지 못하는 추위 뿐이다. 장난기 많은 작은 이웃들도 결국 같은 주민들이기에. 홀로 깨인 사람의 아이는 언 손을 맞쥔 채 적막에 귀기울였다. 제 마른 숨과 앙상한 바람만이 희게 맺히다 흩어진다. 두려울 정도의 괴괴함이 늪처럼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귓가에 웅성이는 뒤척임은 어제의 두 배 가까이 불어났으나 산 자의 것은 아니었다. 숲의 그림자를 대신해 가지 밑에 모여든 검은 형체들은 하나같이 숨을 죽인 채 그를 바라본다. 크거나 작고 늙거나 어렸으며 마르거나 뚱뚱하기도 한 오래된 여자들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울음을 참으며 그를 바라본다. 그는 그것들이 무엇인지 안다. 죽음을 알리는 자들, 크게 소리높여 우는 자들, 사랑스러운 이들의 이별을 슬퍼하는 자들. 붉게 충혈된 눈들이 그를 바라본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얼어붙은 입가를 끌어올린다.
원망할테면 하라지, 그렇게 본다고 해서 내 손에 죽은 너희의 가족이 살아나진 않아.
바라던 일이었으나 이루어짐을 기뻐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잠시 그랬던 것도 같다. 아직 잎새가 푸를 즈음의 얘기였을까. 가지가 앙상해져 갈수록 사람들도 말라가며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그는 숲의 이방인이었다.
Moon Ate the Dark - Messy Hearts
https://youtube.com/watch?v=jEmGUrVRoG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