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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 23:00 - 00:05
페페이
2019. 4. 15. 00:09
눈이 멎자 대열을 정비한 병사들이 다시 숲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서리 내린 공기는 들이마시기 버거웠고 그간의 눈이 두텁게 얼어붙은 땅은 한걸음 내딛는 것만으로도 체력을 잡아먹었다. 흔적을 지우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피부 깊이 스미는 한기에 아득해져가는 머리를 애써 털어낸다. 길목마다 놓아둔 덫과 함정들은 모두 확인했다. 체취를 지우고 채비된 길로 유인하는 것은 언제나 같다. 어중간하게 머물다 스러진 눈보라로 정확한 인원은 파악할 수 없었지만 그 자신이 해야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웅성이는 소리들에서 대략의 무리를 읽는다. 길이 잘 든 사냥개 몇 마리와, 검을 든 소수, 대부분은 활을 들었으며.
화약내를 맡는다. 불온하게 일렁이던 우는 자들이 한순간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직감한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애도하기 위해 모여들었음을.
Sophie Hutchings - Seventeen
https://youtube.com/watch?v=3hfUndRs_L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