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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밀려온다. 오셨어요, 귓가에 재잘이는 소리란 한없이 상냥하다. 머금은 웃음은 여명처럼 희다. 품 안 가득 차올라 스미는 온기를 끌어 안는다. 눈을 감는다, 수면에 비친 노을빛에 눈이 부신 탓이다. 지평선 너머의 머나먼 푸른 땅에서부터 바람을 타고 온 그 곁에선 낯선 향이 났다. 짙은 푸르름이다. 뿌리가 얽힌 단단한 땅과 그 위로 높게 솟아난 숲을 연상시키는 맑은 내음. 분명 산과 들 위를 흐르며 한껏 생기로워졌을테지. 여리고 윤이 나는 살갗에 얼굴을 묻고 나는 알지 못하는 어떤 과거를 그려본다. 꼭 망아지같군요, 연하게 일렁이며 머리칼을 흩어놓는다. 어딘가 장난스러웠으나 정말로 그렇게 대하듯 살뜰하기 그지없는 쓰다듬에, 결국 웃어버리며 고개를 들고 물결을 마주한다. 다녀왔어요, 라거나 보고싶었어요, 같은 말들은 뱉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이미 흘러간 사람이다. 끝 없지만 그렇기에 그저 고여 있을 뿐인 그곳과는 다른, 또다른 삶과 인연으로 가득한 양지로 나아갈 것이다. 파도처럼 굳세게, 멈추지 않으며 흐를 것이다. 발이 묶인 나를 뒤로 하고 멀어지는 파도를 본다. 당신의 잔상조차 포말로 흐려지고, 내게는 당신과 함께 했었던 시간으로 젖어든 기억의 어떤 일면만이 남는다.
Endless Melancholy - Epilogue
https://youtube.com/watch?v=ObkCMPw-5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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