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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23:00 - 23:30

페페이 2019. 4. 18. 23:32

 

 

  문득 눈을 떴을 때는 자정을 갓 넘긴 새벽 즈음이었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흐린 빛에 이제야 돌아왔구나, 한숨과 함께 안도하며 빈 자리를 쓸어낸다. 서로의 곁을 내어주기 시작하면서 침대를 같이 쓰는 것은 암묵적인 규칙이 되었다. 계기는 공간 절약이었던가. 뭐, 혼자였다면 몰라도 둘이 살기엔 좁은 집이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유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을 정도로 퍽 당연시 하게 되더랬다. 보기보다 외로움을 타는 성격이었던가, 덜 깨인 눈으로 천장의 무늬를 세어가다 나른함에 느슨해간다. 그럴지도 모르지. 사람의 온기란 건 한 번 알아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노릇이니. 잠결을 핑계 삼아 독백을 씹어내던 것도 잠시, 다시금 시계를 확인하자 생각보다 제법 시간이 흐른 뒤였다. 문 너머의 불빛은 여전한데 대체 거실에서 무얼하고 있는건지. 느릿히 몸을 일으켜 앉는다. 짐작가는 바는 있었다. 앞서 저녁 약속이 있다고 말했으니 그 약속이 2차, 3차의 술자리로 커진 탓일테다. 새삼 원래 많이 마시지도 않는 양반이 얼마나 고주망태가 되었으면 저러고 있나 싶어 걱정이 반이고 못마땅함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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