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쩜 이다지도 따스할까, 잠에 든 어린 것의 머리맡에 코를 대자 연한 햇볕 내음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채 가시지 않은 젖 내음, 부드럽게 묻어나는 섬유 특유의 마른내와. 이런 정보들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강렬하게 파고드는 일족의 체취. 눈 앞에 어룽지는 붉은 빛보다도 짙고 선명하게 비강을 타고 온 몸으로 번져 영혼에 와닿는다. 아직 숨기지 못하며 시시각각으로 한들이는 작은 귀와 꼬리를 눈에 담는다. 제 엄지도 다 쥐어내지 못할 작은 손이 허공을 움키며 맴맴 호를 그리는 것을 따른다. 잠결에 옹알이는 소리에 행여나 무슨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을지, 흐트러진 머리칼을 빗어내며 가만 귀기울인다. 엷게 젖은 숨이 살갗에 스미듯 흐른다. 한 손으로 다 가려지는 작은 가슴 아래에서 제 것보다 조금 더 빠르게 들뛰는 맥동을 보듬는다. 한때 꿈꾸었던 어떤 작은 희망도 이런 형태를 지녔었을까. 이제는 답을 알 수 없는 오랜 슬픔이 맞닿은 온기와 함께 일렁이다 이내 잠잠해진다. 앞으로 제 희망은 다름 아닌 이 아이였으며 저는 아이의 대모가 될 것이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사촌의 아이는 증표를 지니고 있었다. 어쩌면 생모보다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장차 제 뒤를 이어 무리를 이끈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공을 들여야하는 일이었으므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7, 23:00 - 23:30 (0) | 2019.10.07 |
---|---|
1006, 23:00 - 23:30 (0) | 2019.10.06 |
0930, 23:00 - 23:30 (0) | 2019.09.30 |
0926, 23:00 - 23:30 (0) | 2019.09.26 |
0925, 23:00 - 23:30 (0) | 2019.09.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