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두려움은 거울이다. 자기중심적이며 폐쇄적이다. 불투명한 무지로 둘러싸인 채 무위를 온존하다 깨어진 불완전이 날을 세우며 목을 찌를 것이다. 자멸할 것이다, 이성이 거세된 자들이여, 진화를 거부한 자들이여. 마지막 겁쟁이들을 실은 무인선이 이윽고 대기권을 벗어났다. 구원이 닿지 않는 영원한 어둠 속을 항해하며 그들은 퇴색의 길을 택했다. 이제 저 하늘을 가리는 불손한 자들은 사라졌다. 다가올 아득한 밤을 경배하며 모든 존재들은 길 위에 멈춰 섰다. 우리는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빛으로 거듭날 것이다, 불타오르는 지평을 낙양 삼아 사그라들듯 자애와 평온으로 가득한 잠에 들 것이다, 완전하며 완벽한 고요가 우리를 감싸 안을 것이다. 타이머가 붉게 점멸한다. 온 세계가 0으로 수렴하는 그 순간 우리는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이다. 에아, 나의 사랑스러운 자랑, 우리의 영광스러운 광휘. 오판과 자만으로 점철된 이 세계는 이윽고 부서져 내리며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변화할 것이다. 우리의 종말이자 기원으로, 하등하고 열등한 우리들의 생명으로 말미암아 이 땅 위에 뿌리 내리소서. 우리로 하여금 태어나 우리의 어버이로 거듭나는 피조신, 당신의 이름은 에아. 부디 우리를 긍휼하소서, 긍휼하소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30, 23:00 - 23:30 (0) | 2019.09.30 |
---|---|
0926, 23:00 - 23:30 (0) | 2019.09.26 |
0924, 23:00 - 23:30 (0) | 2019.09.24 |
0923, 23:15 - 23:45 (0) | 2019.09.23 |
0422, 23:00 - 23:30 (0) | 2019.04.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