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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23:00 - 23:30

페페이 2019. 4. 22. 23:32

 

 



  닦인 길을 벗어나 수풀 쪽으로 방향을 꺾은 아이의 걸음은 바람이었다. 여물기 시작한 어린 가지들을 헤치고 잎새를 가로지르며 내달린다. 흩어지는 케이프 자락이 작은 날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정말 한 마리의 새 같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그늘로 막힘없이 흐르며 너머의 빛으로 향한다. 노인은 그런 아이에 비해 한참을 뒤처져 있었지만, 신중하면서도 느리지 않은 걸음으로 곧게 그 작은 등을 따랐다. 제법 경사가 있는 길이었음에도 아이는 어느새 숲을 빠져나가 그를 재촉하고 있었다. 해를 등져 얼굴에 온통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으나, 아이는 점차 길어져 가는 여름볕보다 환하게 미소한다. 그것이 너무도 따스하고 선명해서 노인은 일순 눈이 부시다고 여겼다. 능선을 타고 바람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저 멀리서부터 양떼같은 구름을 몰아오며 초지를 쓸어내자 아이가 쓰고 있던 모자가 일순 허공에 떠오른다. 끈을 달아두어 날아가지는 않았기만 이것이 마냥 우스웠는지 아이는 소리내어 웃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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