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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나으리.”
이리 부르고나면 그는 조금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깊이 숨을 내쉬었다. 처음에는 이마를 짚을 정도였던 지라 그때에 비하면 꽤나 익숙해진 듯했다. 부름에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경박하고 목적없는 부름에도 정직하게 눈을 맞춰온다.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그만큼 올곧은 사람이라고도. 뭐, 많이는 아니고 아주 약간은.
상대에게 충실하기 짝이 없는 시선과 막연히 마주한다. 지긋한 나이임에도 총기가 가시지 않은 푸른 눈을 본다. 지천에 널려 매일같이 마주하는 색이었으나 이를 타인에게서 보는 것은 간만이었다. 숲에 사람의 발길이 끊긴 까닭도 있지만 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기를 꺼린 탓이다. 물론 드러낼 생각도 없었다. 그랬었는데.
“…무언가 할 말이 있다면 편히 하게.”
있었다면 애저녁에 뱉었을 테요. 무심히 중얼이곤 로브에 얼굴을 묻었다. 대답보다 혼잣말에 가깝던 소리를 용케 들었는지 눈매가 설핏 누그러진다. 아마 부름의 공백을 납득한 모양이었다. 어딘가 미묘하게 유순한 눈은 다시금 불가로 향한다. 항상같은 침묵이 어둠과 함께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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