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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23:15 - 23:45

페페이 2019. 9. 23. 23:46

 

 

  땅거미가 짙게 잠겨 구릉 아래로 고개를 누일 때면, 산허리를 타고 내려온 밤이 골짜기의 가장 낮은 곳까지 고이기 시작한다. 능선 위로 드러난 달빛은 유리창에 무늬를 새기고 길 위를 배회하는 바람은 늦은 자장가를 뇌까린다. 잎새를 다 잃고 메마른 이방인이 문간과 창틀을 두들긴다. 불가에 모여 앉은 어린 것들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조르다 어느새 머리맡을 덮은 제 그림자에 놀라며 이불 밑으로 숨어든다.

  이런 때엔 그들이 온단다, 마을 밖 고목만큼이나 주름 깊은 노파는 그제야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리저리 머리를 맞대고 누워 별처럼 눈을 빛내며 숨을 죽이는 것이다. 따각따각, 손가락만큼도 안되는 날붙이로 나무열매 껍질 벗겨내는 소리와 이따금 타닥이는 불티만이 또렷할만큼 고요해진다. 간간히 부엉이가 운다. 부엉이는 잠들지 않은 어린 아이들의 영혼을 빼어간다더라, 언젠가의 소근거림이 귓가에 맴돈다. 괜히 서늘해진 뒷목을 매만지면서도 쉬이 잠들지 못하는 까닭은, 이 어둠 속의 모든 것이 노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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