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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터오는 새벽하늘 한 켠으로 이른 별이 아른인다. 채 흐려지지 않은 달과 샛별 사이 쪽빛의 시간, 여윈 뺨의 노인은 곤한 숨을 흘려내며 침상 위로 몸을 누인다. 간밤이 불러낸 서리가 외벽의 창이며 망원경의 렌즈까지 두텁게 내려앉아 영 짧지 못한 동안 골머리를 앓은 탓이다. 켜켜이 싸인 산맥의 봉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위치상 자주 부닥칠 수 밖에 없는 일상이지만, 소일거리로 삼기에는 해묵어가며 이곳저곳이 결리기 시작한 몸뚱이가 세월을 변명삼아 삐걱이더랬다. 창 너머 이른 새 울음의 메아리를 듣는다. 덜 닦여 덩굴손마냥 들러붙은 서릿발이 희게 어룽진 무늬 틈으로 볕살이 산개한다. 땅 위의 것들이라면 모름지기 태양을 따라 순례함이 온당하였으나 그가 어버이 섬긴 별이란 새벽녘과 초저녁에나 비추는 금성이었다. 그마저도 간간하였으니 대부분은 천문대 안에 숨기듯 가리워진 궤적마저 꼭 닮은 꼴이다. 걷혀가는 구름 아래 녹음이 생기로운 참인데도 색 하나 없이 고목같은 노인은 베개 깊이 고개를 묻는다. 전야, 밤하늘의 한 귀퉁이를 고스란히 닦아 비춘 별무리의 상이 잠긴 눈꺼풀 밑으로 물결진다. 으레 그렇듯 몸서리치게 시린 밤일수록 천체란 청명하여 곧잘 내리 쏟아지곤 했다. 그럼에도 닿지 않아 빛이나마 드높게 올려 담은 시계에 이로 가득하니 아득해오는 뼈마디들을 추스리며 한결같이 심야를 벗삼고 만다. 가장 높은 땅 끝에서 눈 감는 자는 가장 낮은 하늘의 꿈을 담는다. 걸음하는 이 하나 없이 고즈넉한 이 위로 오가는 객들은 고작해야 깃 달린 날짐승과 구부러진 산줄기 닮은 뿔 한쌍 높게 솟은 산양 따위다. 그러므로, 겨우내 은하를 벗어나 수마의 품에 쏟아지던 노인이 급한 두드림소리에 고개를 치들고 마는 까닭 또한.
질질 끌어가는 밑창에 일순 기우뚱 갸우는 것이 잠결인지 닳은 탓인지, 흘러내리는 것이 담요인지 머리카락인지. 서늘하게 감겨드는 쇠손잡이의 감각에도 도무지 깨이지 않는 정신과 함께 밀어젖힌다. 메에, 당연하게도 순박하기 그지없는 털짐승들이 층계의 가장 높은 문간에 옹기종기 모여 아침을 알린다. 노인은 다시금 지친 숨을 뱉고, 희게 질린 체념이 바람결에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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