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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5, 02:00 ~ 03:02

페페이 2021. 2. 5. 03:02

 

 

 

  망할 새끼, 마른 입술의 거스러미를 잘근이며 으르렁인다. 다만 잇새를 비집고 새는 욕지거리란 맥없이 늘어질 뿐이어서, 후텁하고 눅진하기 짝이 없는 요 위로 별 수 없이 고개를 파묻고 만다. 애저녁에 장성한 서른 줄의 둘이 욱여 눕기엔 몹시도 비좁아 뺨이나 기대는 것조차 겨우다. 굴곡진 갈빗대가 여실한 흉곽을 더듬는 손 끝에서 익숙한 담뱃진 내가 난다. 비루먹은 망아지마냥 퍼들대는 팔을 애써 뻗어내 머리맡을 이리저리 휘젓자 텅 빈 담배곽만이 손아귀에서 구겨진다. 이 개새끼, 내가 얼마 안 남았다고 그렇, 쉬어빠진 목소리가 잔소리를 늘어놓을 기세로 힘을 얻자 놈이 넉살스레 입새를 맞춰오며 이죽인다. 멍, 다음엔 꼬리 플래그라도 달까? ...싸물어, 씨발. 징그럽게.

  3년 만에 돌아온 녀석은 언제나 그랬듯이 말없이 떠났다가 제멋대로 돌아왔다. 재회의 기쁨 따위를 찾기에는 지독히도 긴 시간 동안 독백과 변덕을 나눈 사이였으므로, 마중보단 타박이 앞섰으며 안부보다는 텁텁한 맨살을 부대끼는 게 더 빨랐다. 사지 멀쩡하고 주둥이 나불거리는 꼬락서니는 변함없도록 밉살스럽기 그지 없으니 이 벌건 대낮에 멀쩡히 누운 사람 하나 홀랑 벗겨 저 좋을대로 붙어먹기 딱이었을테지. 뻐근하게 당겨오는 등허리와 허벅지 안쪽에 들척지근히 들러붙은 잇자국들이 근질거려 돌아버리겠는데도 빌어먹을 덩치는 떨어질 줄을 몰랐다. 뒤늦게 마른 거죽 위로 제법 촘촘하게 박힌 핏멍울까지 눈에 들어오자, 진짜 가지가지하고 앉았네, 끌어 안은 채로 목석같이 꿈쩍도 않는 팔뚝 위로 이를 세운들 기력이 쇠한 몸뚱이로는 고작해야 어줍잖은 앙탈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 뽀삐, 이갈이 해? 그게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냐?

  하하, 한껏 날카롭게 굴어도 느른한 눈매를 접어가며 웃어내는 소리는 참 여상하다. 한결같아서 짜증나는 씹새끼... 에이, 하려면 너도 포함해야지. 씹질을 어떻게 혼자해, 안그래? 퍽도 천진하게 볼멘소리하며 묻는 꼴에 기어코 기가 막혀 미간이 절로 구겨져서, 염병, 태연하게 사람 속 뒤집어 박박 긁어놓는 말뽄새를 어디서 배워오나 싶은 실없는 생각 따윌 하고 만다. 생의 반보다 오래토록 이마를 맞대온 놈은 변함없이 수더분한 낯짝을 달고선 살금이며 기어오른다. 신경질적으로 헤집어낸 머리칼 사이로 가까워진 녀석과 눈이 맞는다. 곧 갈라진 입술 위로 숨이 닿고, 스미듯 파고들고, 언제나 그랬듯이. 기실 결국 놈과 그리 다를 바 없으니 이리도 지긋지긋하게 얽히고 말았을 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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