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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 23:13 - 23: 56

페페이 2019. 4. 9. 23:57

 

 

  언제나 비가 내린 뒤의 밤이면 남자는 아이와 함께 호수로 향했다. 평소였다면 해가 진 뒤의 숲은 위험하다며 막아서던 그였으나 비가 땅과 하늘을 쓸어간 날만큼은 예외였다. 맑게 개인 밤하늘은 평소엔 작고 흐린 별도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아이는 비가 그친 숲 속에서 축축해진 나무껍질의 향이나 무른 땅 위에 남은 여러 동물의 자귀, 크고 작은 물웅덩이, 풀섶 밖으로 고개를 내민 달팽이 등을 찾는 것을 좋아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제 아버지와 함께 호숫가에 앉아 별자리를 찾는 일이었다. 정확히는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총총히 맺혀 반짝이는 별들을 이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용감하고 지혜로운 이들을 싣고 머나 먼 항해를 떠났던 배, 뛰어난 음악가였으나 비극적인 죽음을 맞아 주인을 잃은 리라, 거꾸로 매달리게 된 여왕, 형제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쌍둥이, 곰으로 변한 모자, 그리고…. 이미 아이의 두 손과 발을 합쳐도 모자랄만큼의 이야기가 흘렀음에도 별들은 여전히 무수했고 아이의 눈은 여전히 별처럼 반짝였다. 

 

 

 

 

 


Polar M - Snow Calls Silence
https://youtube.com/watch?v=z0N2Dkq5R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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