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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7, 23:00 - 23:30

페페이 2019. 4. 7. 23:32

 

 

  그 날은 유독 비가 엄청났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희뿌옇게 쏟아지는 통에, 채 돌아가지 못한 아이와 사내는 속이 빈 거목 아래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사실 이른 아침부터 단단히 퍼부을 조짐이 보이던 터였다. 사내는 제 어린 아들에게 해가 머리맡을 지나기 전에 돌아오라 일러두었지만 이제 막 내달리기에 익숙해진 아이는 한참 세상만물이 신기할 법한 때였다. 최대한 늦지 않게끔 밖을 나섰으나 아이를 찾았을 즈음엔 먹구름이 발꿈치 끝까지 몰려와 있었다. 점차 어둑해지는 데도 비는 그칠 기미가 없었다. 천둥이 우는 소리는 벌써 머리맡까지 와 있었으며, 숲이 온통 물기를 머금은 탓에 젖지 않은 발치마저 부드럽게 눅어가고 있었다. 사내의 옷자락을 움켜쥔 채 벙어리를 자처한 아이는 잔뜩 풀이 죽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상을 한다. 사내는 익숙히 어린 것을 들어올리며 담요를 대신해 제 로브로 감싸 품에 안는다. 낡은 데다 거칠기 짝이 없고 흙내음과 풀내음, 짐승의 잡내가 뒤섞여 고약할 따름인데도 아이는 도리어 잦아들며 말갛고 젖은 눈으로 아비를 올려보는 것이다. 사내는 가만 미소하며 여린 뺨과 눈가에 입술을 내리눌렀다. 상냥한 눈매가 오래 전에 떠난 이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겨울의 끝에서 가장 이르게 피어나는 꽃이었다. 그녀는 봄을 앞둔 채 찬 땅에 몸을 뉘었다. 꽃이 지고 눈뜨기 시작한 봄은 유달리 햇볕처럼 따사로운 머리칼을 가졌더랬다.

 

 

 

 

 


蟲師 - 瞼の光
https://youtube.com/watch?v=EwbOJTVqB0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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