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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를 당겨 장전된 총알을 쏘아내기까지 앞으로 아주 조금이었다.
여왕은 노기사에게 3개월이라는 시간과 이 허무맹랑한 임무를 포기할 수 있는 자비를 함께 내렸지만, 노기사는 불충을 입에 올리며 포기 대신 2개월의 시간을 추가로 받아냈다. 그 시간마저 이미 절반이나 낭비하여 시간은 이미 새로운 달에 접어들고 있었다. 일말의 조바심조차 나지 않는다면 거짓이었을 테지만 그는 스스로를 제어하는 것에 익숙했다.
검지 손가락 하나만 까딱, 한다면. 분명 그가 맡은 일이 마무리될 터였다.
오랫동안 하나의 주인만을 섬겨온 그에게 있어 명령은 절대적이었으며 그에 대한 반문과 의심이란 결코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남쪽 숲에 살고 있다는 영악한 짐승을 처치하게. 꼭 잠들기 전 아이들을 위해 펼쳐낸 동화책의 한구절같았다. 그녀의 온화하게 주름진 얼굴을 떠올린다. 그녀 또한 그리 여기고 있음이 자명했다. 그는 일종의 시험일 것이라 추측했다. 그녀는 여왕이기 이전부터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었으니. 어떤 방법이라도 상관없지만 가능한 그것을 짐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군. 생포가 필수 사항이 아니라면 그 어떤 짐승이든 문제는 없으리라.
하지만 땅거미와 그림자로 얼룩진 숲 너머에서 그를 주시하는 두 눈은 분명한 인간의 것이었다.
Abel Korzeniowski - Come, Gentl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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