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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 23:00 - 23:30

페페이 2019. 4. 5. 23:33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하자 숲은 금새 어스름으로 가득 찼다. 윤곽만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짙은 숲의 어둠 너머로 그것의 푸른 눈만이 선연하다, 그러나 고요했으며. 또한 어째선지 초연한 눈을 가진 그것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 아주 느리게, 실을 잣듯 제 위로 드리워진 나무 그늘 한 귀퉁이를 잡아내더니 후드처럼 푹 덮어내는 것이다.

  “이 이상 머물러봐야 댁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 거요.”

  그러니 날이 밝으면 돌아가쇼. 그것의 목소리가 나뭇가지 사이들을 배회하다 바람이 되어 흩어진다. 멀어지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선잠에 들어 꿈을 꾸었다 여기기엔 지나치게 또렷했으며 솔직한 목소리였다. 귀찮게 굴지 말라는 듯한. 아지랑이마냥 일렁이던 엷은 주홍빛마저 가시고 온전한 밤이 내려앉은 뒤에야 노기사는 겨누었던 총구를 거두었다. 추스리듯 선 자리에 주저앉자 절로 새는 한숨이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Code I - Phosphenia

https://youtube.com/watch?v=tOixAnP1u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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