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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겨 있지 않은 문을 열기란 꽤나 어렵고 또 무서운 일일 것이다. 문 틈으로 스미는 불빛 위를 딛는 것조차 곤혹스럽다는 표정의 아이는 결국 서너 걸음 정도 뒤로 물러섰다. 다소 오래된 양식의 파자마 자락이 유령처럼 흔들린다. 정교하게 짜맞춘 나무판자의 바닥이 아이의 발 아래에서 희미하게 삐걱거렸다. 복도에 늘어선 창문 너머에는 깊게 잠든 숲이 얕은 숨을 고를 뿐이다. 풀벌레, 부엉이 하나 우는 소리 없이 고요하다. 달마저 괴괴히 기울어가는 이 밤에 잠에 들지 못한 것은 아이와 노인 뿐이었다. 아이는 노인의 방에서 흘러나와 문턱 아래 고인 채 일렁이는 온기를 들여보다가 이내 그 앞에 웅크려 앉았다. 숨을 죽이니 문 너머에서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한숨 같기도 하고 속삭임 같기도 한, 가볍지 않은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래, 마치 앨범을 넘겨보며 추억에 잠기는 듯한.
노인은 아이에게, 만약 원한다면 자신의 방에 들어와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한 번도 그의 방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때는 어느 주말의 늦은 점심 무렵의 일로, 식사 시간이 한참 되었는데도 내려오지 않는 노인을 데려오기 위함이었다. 아이는 노인의 방에 노크를 할 뿐인 아주 단순한 행위를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큰 결심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이가 2층으로 걸음을 내딛을 즈음에는 토스트가 이미 식은 뒤였다. 그때도 지금처럼 몹시도 조용했지만 볕이 들어서인지 그렇게 두렵지는 않았다. 게다가 운 좋게도, 언제나 닫혀있던 복도 끝 노인의 방문이 바람 탓인지 아주 조금 열려있었다.
蟲師 ost
https://youtube.com/watch?v=3fmDG5V73w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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