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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23:00 - 23:30

페페이 2019. 10. 13. 23:34




   노부부는 손을 맞잡은 채였다. 그들은 면회실로 들어온 낯선 사내를 어색하게 바라보며 서로의 손을 힘주어 감쌌다. 이리저리 뻗친 검은 머릴 신경질적으로 헝클어낸 그에게선 은연하게 풀내음이 났다. 막 진창을 가로질러 오기라도 했는지 문에서부터 이어지는 흙발자국들. 노부는 안경을 고쳐썼고 노파는 흘러내린 숄을 정돈했다. 이 주변 일대에는 그럴 만한 곳이 없을 텐데, 나이든 이들이 으레 그러하듯 분명 홀로 중얼이는 말이었을테지만 무거운 침묵 위로 퍼져나간다. 사내는 쏘아보듯 그들에게 시선을 두다가 젠장, 작지만 선명하게 욕지거릴 뱉었다. 제 몫으로 놓여진 철제의자를 우악스레 끌어당겨 앉자 요란한 소리가 울린다. 잠깐이지만 그의 손에 새겨진 무수한 흉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가 너절한 점퍼 주머니 안으로 사라진다. 다시금 안경을 밀어올린 노부는 잠시간 끔뻑이다가 이내 밝은 낯을 하며 당신도 목수 일을 하나요? 상냥한 투로 말을 건네는 것이다. 자신 또한 그렇다는 양 마디 불거지고 굳은살 박힌 상처투성이의 손을 책상 위로 올려낸다. 노파는 남편의 지난 노고를 회고하는지 잔잔히 미소를 그려내다 익숙히 그 위로 노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거친 손을 겹쳐 올렸다. 이유모를 불만으로 가득 차 잔뜩 독이 올라 있던 사내였으나 그들의 모습에 결국 누그러지며 마른 낯을 쓸어내렸다. 잘린 나무 냄새, 희미한 재내음, 그리고 숲에서 맡아질 법한 온갖 흔적들. 노부부는 이윽고 사내에게 향해있단 일말의 경계를 거두어 낸다. 그것조차 사내는 못마땅할 따름이었으나 잇새로 새는 것은 한숨 뿐이다. 그늘 깊은 눈이 재차 그들을 향할 즈음에는 알 수 없는 염려마저 담겨 있었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제는 늙어버린 마지막 남은 가족. 무엇부터 설명하면 좋을지 막연하기 그지 없다. 그들에겐 평범한 벽으로 보일 어느 한 켠을 흘겨보자 익숙하다는 얼굴을 한, 일종의 변호사가 문을 여는 손짓을 해보인다. 커다란 곰 같은 꼴로 의자를 양 손으로 움키며 덩치를 우그리고 있던 사내는 이에 입술을 비죽이더니 휙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나는… 마법사야."

  퉁명스레 쏘아냈으나 그들을 살피는 눈에는 얕게 두려움이 어린다. 이런 터무니 없는 말을 믿을 리 없겠지. 하지만 이로 인해 가족과 격리되었고 눈 앞의 형은 자신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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