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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품에서는
쓰이다 만 문장은 마침표 하나조차 붙이지 못하여 여백을 방황한다. 굳은 마디에서 단어 마다들이 삐걱이는 소리를 듣는다.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는 의미들, 익숙해진 맥락만이 손가락 틈새에 엉겨온다. 추상의 화자는 공백에 머물다 흐려진다. 망설임과 수치심만이 명료해간다. 돌이켜 미적지근하게 남은 감상이란 잔 아래 거멓게 늘러 붙은 찌꺼기 따위와 진배없다. 한 때 맑고 따스하게 찰랑이던 영감은 수증기로 흩어 사라진다. 안온과 도태는 손쉽게 이면을 함께했다. 익숙한 나열들이 손 끝에 묻은 잉크처럼 테두리를 달리하며 일그러진 상을 양산한다. 침체되기까지 아주 약간의 시간만이 남았거나, 혹은 이미 끝 모르고 잠겨가는 지도 몰랐다. 짐작과 추론, 어떤 의문만이 배회하다 멎어든다. 내부는 커녕 겉조차 더듬어내지 못하고 뜬 눈이 멀어간다. 무지로 비롯된 백야는 낯설기 그지 없으나 일순이며 지나치게 상냥하다. 익사하기 십상이다, 마냥 그립게, 서럽게, 또한 두렵게.
맺지 못한 문장을 지워낸다. 택일하여 빛으로 엮어낸 것들은 익숙히 다른 곳으로 흘러 스미기 시작한다. 아주 단순한 일이다. 올라간 스위치를 내려서 불을 끄고, 꺼진 불은 스위치를 올려 밝히는 행위와 다름없다.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란 꺼지지 않는 빛의 확산과 동시에 시대의 먼 뒤편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렇기에 종결되지 못한 상념들이 부유하고 닿지 않는 속삭임들이 허공에 퍼져나간다. 헤아리지 못한 빛들이 아리도록 두 눈에 스며 이윽고 순간을 망각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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